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시정비법)상 재개발이나 재건축조합원은 ‘토지등소유자’인데, 정비사업의 종류에 따라 그 범위가 다르다. 재개발사업에서는 ‘토지 또는 건축물의 소유자’이면 무조건 조합원이 되며, 재건축사업의 경우에는 ‘건축물 및 그 부속토지의 소유자’로서 조합설립에 동의해야 조합원이 된다.

 

 

이에 따라, 조합원이 되면 총회 등 회의에 참석해 의결권을 행사하고 새로 짓는 주택을 공급받게 된다. 문제는 무허가건축소유의 조합원 자격 여부다. 법령에서 말하는 ‘건축물’이 무허가인 경우에도 조합원의 자격을 취득할 수 있는지, 더 나아가 신축 주택을 공급받을 수 있지가 문제다. 도시정비법에서는 합법적인 건축물만 의미한다. 법령 그 어디에도 시도 조례를 통해 무허가건축물도 합법적인 건축물에 포함시키도록 하는 위임 규정도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서울시는 오래전부터 조례에 ‘기존무허가건축물’이란 용어를 만들어 그 존재를 인정해 왔으며, 무허가건축물 소유자가 시유지등을 매수하면 조합원의 자격 외에도 주택까지 공급받도록 했다. 이를 위해 기존무허가건축물 중 “① 1981년 12월 31일 현재 무허가건축물대장에 등재된 무허가건축물 ② 1981년 제2차 촬영한 항공사진에 나타나 있는 무허가건축물 ③ 재산세납부대장 등 공부상 1981년12월 31일 이전에 건축했다는 확증이 있는 무허가건축물 ④ 1982년 4월 8일 이전에 사실상 건축된 연면적 85㎡이하의 주거용 건축물로서 1982년 제1차 촬영한 항공사진에 나타나 있거나 재산세납부대장 등 공부상 1982년 4월 8일 이전에 건축했다는 확증이 있는 무허가건축물”은 제한 없이 조합원으로 인정해 왔다.

 

다만, ‘토지보상법 시행규칙 부칙(제5조)에 의한 1989년 1월 24일 당시의 무허가건축물 소유자’에 대해 정관 동의(법 제16조제1항)를 받도록 했지만, 이 규정은 유명무실해서 이들이 조합원으로 인정받는 데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 게다가 재개발사업으로 건립되는 공동주택도 관리처분계획기준일 현재 종전의 건축물 중 ‘기존무허가건축물로서 사실상 주거용으로 사용되고 있는 건축물을 소유한 자’이면 공급받는 규정까지 덧붙였다.

 

그 결과가 어떠했을까 상상해 보라.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는 그래셤의 법칙(Grasham’s law)을 꺼내지 않아도, 완화된 용적률 때문에 투자가들은 가격이 낮은 무허가건축물을 더 귀하게 취급했다. 용산구 관내의 경우, 분양권을 찍어내기 위해 투기꾼들이 무허가건축물 근린생활시설을 100여개 쪼개 3.3㎡당 8000만원~1억원에 팔아넘겨 터질 날만 기다리는 실정이다. 그러던 중 대법원은 대다수 무허가건축물 소유자들로 구성된 재개발추진위원회(동작구 상도11구역 재개발사업)가 지정받은 정비구역에 대해 무효판결을 내렸다(2010.5.13선고 2010두2715판결). 그동안 서울시와 자치구는 무허가건축물 소유자들에게 조합원 자격과 입주권을 인정해 왔으니, 그 혼란이 어떠했겠는가.

 

버티던 서울시는 지난 2011년 5월 26일 관련조례에 대해 “무허가건축물 소유자의 조합원 자격과 재개발사업의 분양자격을 정함에 있어, 최근 대법원의 판결 취지를 반영해 무허가건축물에 대한 정의 및 이와 관련한 규정을 합리적으로 조정함으로써 정비사업 시행과 관련한 혼란을 방지하는 등 조례운영상 나타난 일부 미비점을 개선ㆍ보완하려는 것이다”며 조례 개정사유를 밝혔다.

 

이 판결의 여파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정관을 만들기 전까지 무허가건축물 소유자를 조합설립의 동의자 수 산정의 분모(分母)에 포함시켜야 하는지의 문제로까지 증폭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을 당연히 동의자 수에서 제외하는 것이 옳다. 그렇지 않다면 이들의 동의로 인해 무효 또는 취소될 위험성이 많기 때문이다. 정관에서 조합원으로 인정받기 전까지 조합장 또는 조합임원이 되기도 어려우며, 향후 무허가건축물소유자의 입지는 더욱 줄어 들 것이다.

 

서울시는 이제부터라도 원칙을 지켜, 법을 지키는 대다수 선량한 주민들을 보호해야 한다.